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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을 때가 있다

죽고 싶을 때가 있다.
특별히 힘들거나 고통스러운 일이 있지는 않지만 그냥 모든 것이 싫어질 때.
습관처럼 죽고 싶다는 말이 입가를 맴돈다.

다시 태어나면 좀 더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램프의 요정 지니가 3가지 소원을 이루어주는 상상을 자주 헸는데
수 백번 (아마 수 천번보다도 많을 듯 싶다.)의 상상 끝에 내가 원하는 3가지 소원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상적인 모습으로 변신하고, 완벽하게 7개국어를 구사하고, 억대의 자산가가 되는 것 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나의 소원은 나의 상대적 결핍에서 온 것들이었다.

보여지는 것들이 중요한 세상에서 나는 눈에 띄는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평범 평범.. 어쩌면 조금 모자란 것 같기도 하는 나는,
항상 내 자신에 대해 너무 불만족스러웠다.

그럴 수록 난 다른 곳에서 내 욕구를 채우려고 노력했고, 결국 채워지지 않는 밑빠진 독에 계속 물을 부어대는 삶을 살았던 것 같다.
그 와중에 배운 것도 느낀 것도 많지만 ...
본질적으로 난 내가 내 자신에게 느끼는 부족함을 채우고 싶었다.
하지만 항상 내 앞엔 더 앞선 사람이 있었다. 나의 강점을 내세워 나아간 곳에는 그 분야의 수백 수천명의 전문가가 있었다.
나보다 어린 나이에 그 분야는 물론이고 외모 성격 학벌 집안까지 완벽한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나름 상위 몇 프로의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항상 내 위엔 나보다 더 잘난 사람들이 우글대고 있었고 나는 그걸 견딜 수가 없었다.

너무 불공평하지 않아? 묻는다.
어쩔 수 없는 거니까 난 더 열심히 노력해야지. 그렇게 마음을 다잡는다.

누군가에겐 너무 쉬운 것들이 나에겐 치열한 전투 속의 전리품이어야 할 때,
그래서 나는 그들 뒤에서 가슴팍에 생채기가 나 쩔쩔매야 할 때.
나에겐 그런 삶이 너무나도 일상이라서, 나의 자격지심이 특별히 더 고통스러울 것도 없는 날 중 어느날
나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러한 내 모습도 어쨌든 나를 이끌어가는 하나의 원동력이기에,
죽고 싶다는 말도 아주 가끔은 그냥 그대로 입 밖에 튀어나오도록 두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