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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을 시작하는 마음에 대하여

2020년 새해가 밝은 지도 벌써 일주일이 되었다.
시간이란 정말 의식하여 부여잡지 않으면 손에 쥔 모래알처럼 흩어져 사라져 버린다는 걸 깨닫고 나니,
얼마남지 않은 20대에 대하여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2019년은 내가 학생 생활을 청산하고 사회인으로서 쓴맛 단맛을 본, 오미자같은 연도였다.
졸업을 했고 취직을 했고 퇴사를 했고 이직을 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에 합격했을 당시만 해도 난 앞으로 내 평생을 그 직장에서 몸담고 살 줄 알았다.
그리고 4개월 후에 퇴사할 줄 누가 알았겠소?

인생은 정말 내 계획대로 되지 않고, 내가 손에 쥔 것 몇 가지 지키는 것도 힘들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은 한 해.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되, 끊임없이 노력하고 개선하되, 나의 한계또한 정확히 볼 줄 아는 지혜를 품게 되었다
가지지 못한 것을 채우고자 노력하는 태도는 중요하지만 꼭 그렇게 ‘고달프게’ ‘이겨내며’ 살아야할 필요는 사실 없다는 것을 되짚어본다.
매순간이 치열한 전투인 곳에서 버텨내는 삶이 뭐 얼마나 행복할까.
내가 가지지 못한 것보다 내가 가진 것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

그간의 나는, 20대 초반의 나는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기 위해 무지막지하게 애를 써왔다.
내게 불편하고 어색하고 어려운 일이더라도, 나는 굳이 그러한 일들을 찾아서 했다.
남들이 쉽게 가지지 못하는 기회들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했고, 그 기회 속에 들어가면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 느껴졌다.
휴학을 포함해 대학에 5년간 몸 담을 동안 쉬지 않고 공부했고 활동했고 일했다. 새로운 자극을, 새로운 경험을 찾아서 끊임없이.
그러한 일들을 하는 동안, 나는 내가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실상 그러한 시간들이 내게 아무 의미가 없었다는 걸 깨닫기 전까지. 사실 알면서도 계속 시도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그저 수박의 겉만 핥고 있었다. 자리를 쟁취하고 싶은 욕구만 있었지 막상 열심히 차지해낸 자리에 앉아서 나는 구색 맞추기만 급급했다.
본질적으로 깊숙히 들어가려고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곳에서 배울 수 있었던 많은 것들을 놓쳤다.
내가 잘 할 수 없는 것, 내가 불편해하는 것들을 끊임없이 시도하면 나는 내가 달라질 줄 알았다.
그래서 시도했고 끊임없이 갈구했다.
문제는 막상 본질로 들어갔을 때 나는 그러한 일들을 제대로 즐기고 있지 못한다는 점이다.

가지지 못한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을 보았다면, 그곳에 집중했다면 더 알찬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우여곡절 많은 2019년을 보내고 (잘가라 십구년아!) 조금 더 단단헤진 마음으로,
2020년은 더 명확한 삶의 방향을 찾아나가는 한 해가 되길 바라본다.